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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일기

대학생 성인ADHD 진단 기록(2) - 정신과 병원 옮긴 이유

 

 

 

adhd약 복용 후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1달 정도 먹는 동안 점점 진료를 해주시는 의사 선생님과 신뢰가 쌓이기 힘들었고 병원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혹시 특정 병원이 유추될까 정말정말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인 견해이고 정신과 의사 분하고 맞지 않더라도 병원을 바꾸기 힘들어하시는 분이 많아 그냥 내 경험을 적어본다.

 

 

 

병원을 바꾼 이유

 

(1) 자꾸 인간관계와 생활습관을 강조(?)함

 

우울에 인간관계와 활동이 중요한거 안다.

하지만 그것조차 내 의지로 해결되지 않는 시점도 있다.

 

나는 나름대로 코로나로 얼굴도 까마득한 대학 친구와 연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일주일에 꾸준히 2번 필라테스도 다니고 있었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의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그때는 엄청 큰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이었는데

선생님은 자꾸 내가 부족하고, 더 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외부활동을 매번 강조하셨다.

 

낯을 많이 가리고 사람들과 만나는 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씀드려도

만나다 보면 괜찮아질 거다라고 매주 말씀하시는 게 은근 스트레스였다.ㅠㅠ

 

+매주 갈 때마다 하루에 3끼 안 먹으면 뭐라고 하심...

 

 

아니 자력으로 침대 밖으로 벗어나기 힘들었던 사람인데 ㅠㅠㅠㅠ 현대사회에 3 끼 먹는 거 그게 쉽냐고요....ㅠㅠ


 

(2) 약 처방 커뮤니케이션이 안됨

 

초기에 아주 극 저용량의 우울증 약은 나에게 꿀잠을 선사했다.

하지만 용량이 늘어나자 나는 하루 종일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난 약의 수면 성분에 굉장히 예민해서 타이레놀 1알만 먹어도 하루 종일자야 몽롱함이 풀리는데

자꾸 졸려서 일상생활이 안된다고 말씀드려도 처방을 줄여주시지 않았다.

 

오히려 알겠다고 하시고 저녁 약을 아침 약으로 옮기거나

습관 개선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말만 하셨다.

 

 

처방해주신 약을 다 먹으면 하루에 10시간 넘게 자야 해서 결국 임의로 내가 약 복용량을 조절했다.

 

 

그리고 아토목세틴을 추가로 처방받았는데

100% 나와 맞지 않는 약임을 확신했지만 1주일도 빼주시지 않으셨다.

그전에 콘서타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이미 보고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진 모르겠지만...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식욕이 점점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계속 "저 아토목세틴이 안 듣는 것 같은데 1주일만 빼봐주시면 안 될까요?" 해도

꾸준히 먹어야 효과가 있는 약이라며 계속 처방해주셨고

(이 점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1달 넘게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

 

콘서타는 아직 27mg인데 아토목세틴은 순식간에 용량이 40mg까지 늘었다. 

 

식욕이 떨어지자 갈 때마다 살이 조금씩 빠졌는데, 잘 먹어야 한다며 비보험의 식욕 영양제를 추가로 처방해주셨다.

 

이것저것 부작용 약까지 처방받아 막판에는 하루에 먹는 양이 8알이었음 

 


(3) 정말 추측이지만 병원에 콘서타 처방 환자가 너무 많음

정신과 특성상 대기시간이 기니 다른 환자들이 처방받는 걸 많이 목격하고 들을 수밖에 없다.

(정신과는 약 처방을 원내에서 함)

 

근데 내가 본 대다수의 환자가 콘서타를 거의 똑같은 레퍼토리로 처방받고 있었다.

CAT검사받으러 가시는 분도 심심치 않게 봤고 이 정도면 이 병원은 콘서타 전문인가...? 하는 합리적 의심

ADHD약이 한두푼하는 것도 아닌데 매주 가야 했고

매주 진료비가 3~4만 원 대였는데 매주 콘서타 처방 환자를 목격했다.

 

 

그냥 병원 가는 게 불편해지니 그렇게 보였던걸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가 꼬이기 시작하면 다 이상해 보인다고 점점 상담시간이 불편한 시간으로 바뀌고 남은 약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정신과도 상담 중심, 약 처방 중심, 권하는 치료방향이 다 다르다.

그 말은 나에게 맞는 병원도 다르다는 얘기이다.

 

나는 약 처방을 중심으로 병원에 다니고 싶었고 그 점은 확실히 좋았지만

의사 선생님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컸고 이 정도면 병원을 옮기는 게 맞다 결정했다.

 

안 그래도 폭풍 같은 시험기간, ADHD 증상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였는데 이렇게 장기간 다녀야 하는 병원에 신경을 쏟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집과 가까운 곳으로 병원을 옮기기로 결심하고 예약 날을 다시 잡았다. ㅠㅠ

 

 


 

 

 

+쓰다 보니 길어져서... 다른 얘기는 나중에 하고

 

다니던 병원을 바꾸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거절, 부정적 의사 표시를 잘 못해서 도망치듯 핑계를 대며 병원을 옮긴 기억이 납니다.

특히 다른 분야보다 더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는 특성상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의사'를 저버리고 다른 병원을 간다는 것이 힘들 수 있습니다. 또 막상 옮겼는데 그 병원이 더 안 좋으면 어쩌지?라는 불안감도 당연히 있죠.

 

제가 고민하고 있을 때 저한테 가장 도움이 된 인터넷 글이 "정신과 오래 다녀본 사람 치고 한 병원만 다닌 사람 없다"였어요. 병원을 옮기고 싶은데 망설여진다면 지금의 불편함을 그대로 느끼고 나에게 해주는 투자라고 생각하고 옮겨보세요 ㅎㅎㅎ 불편하시면 주소지가 변경된다는 핑계를 대셔도 됩니다.

 

**바꾸기 전에 그동안 했던 검사지를 모두 뽑아달라고 요청하시고 꼭 몇 장 사본으로도 가지고 계세요

 

모두 모두 흔들리지 않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